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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카페에서 건진 풀프레임 카메라의 왠지 모를 떨림

심야 카페에서 건진 풀프레임 카메라의 왠지 모를 떨림

por alta bunn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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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불빛이 은은해질 무렵, 저는 세미나 포스터 디자인을 위해 고화질 소스 사진이 급히 필요하다는 핑계로 중고 장터 앱을 열었습니다. 한 학기 내내 휴대폰으로만 찍어 온 실험 장비 사진이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거든요. 그런데 첫 화면 상단에 눈을 의심케 하는 글이 떠 있었습니다. ‘미러리스 풀프레임 바디+단렌즈 세트 급처, 65만 원.’ 시세를 웬만큼 꿰고 있던 터라 두 번 읽고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동급 제품은 적어도 140만 원을 호가합니다. 판매자는 “졸업 유학 준비로 당일 발송 원한다”고 덧붙였고, 댓글마저 “실물 예약합니다”라는 짧은 줄들이 줄줄이 달려 있었지만 ‘거래완료’ 표시는 없었습니다.

학기 말 과제와 연구가 한꺼번에 밀려 시간은 부족한데, 전문가급 이미지 퀄리티는 꼭 필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더구나 세미나 발표용 포스터〮라 선명도 테스트를 반복하는 데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죠. 마음이 급해진 저는 일단 채팅 버튼을 눌러 “직거래가 가능한가요?”라고 물었습니다. 판매자는 의외로 빠르게 답장을 주었지만, “제가 지방에 있어 당일 택배만 가능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택배 거래를 꺼렸지만 가격이 저렴해 한 번 더 이야기를 이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채팅창에서 새어 나온 첫 번째 모순

판매자는 아주 친절했습니다. 카메라 상태를 묻자 센서 클리닝 완료 사진과 깔끔한 외관 사진을 연달아 보냈습니다. 해상도도 높고 조명 조건도 탁월해 보였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의문이 있었습니다. “실사 사진치고 너무 조명과 그림자가 완벽하다”는 점이죠. 그래서 구글 이미지 검색에 사진을 업로드해 봤습니다. 결과는 의외로 빨랐습니다. 2024년 해외 리뷰 사이트에 실린 제품 소개 컷과 100% 일치했습니다. 판매자에게 “실물 촬영 사진도 부탁드립니다”라고 정중히 요청하자, 그는 “지금 조명이 어두워서 내일 아침에 보내드리겠다”는 답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의 입장에선 급히 팔아야 한다며 시간을 재촉하는 것과,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라는 말이 서로 상충했습니다.

게다가 결제 방식이 이상했습니다. 판매자는 플랫폼 내 안전결제가 아닌 “수수료가 없는 특별 안전결제 링크”를 직접 보내겠다며, 메신저를 통해 URL 한 줄을 전달했습니다. 주소창을 살펴보니, 플랫폼 도메인을 흉내 낸 뒤 ‘.store’가 아닌 ‘.pro’로 끝나는 낯선 주소였습니다. 반복되는 ‘급행’과 ‘안전’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불안을 증폭했습니다.

외부 결제창, 그리고 두 번째 거짓말

브라우저 시크릿 모드에서 링크에 접속하자, 로딩 화면에 플랫폼 로고가 그대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로그인 버튼을 눌렀을 때 페이지 상단에 중국어 주석이 여러 줄 섞여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결제 버튼에 삽입된 스크립트를 살펴보니, 입력한 카드 정보를 SSL 암호화 없이 외부 서버로 직접 전송하도록 설정돼 있었습니다. 가짜 안전결제 페이지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졌습니다.

판매자와의 채팅을 다시 열어 경고를 해 보았지만, 그는 “해외 거주라 VPN이 섞여 중국어 주석이 보이는 것”이라는 엉뚱한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이어서 10분 안에 결제를 완료해야 다른 예약자에게 물건을 넘기지 않겠다고 압박했습니다. 저는 ‘시간 제한’ ‘타인 경쟁’ ‘외부 링크’가 동시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수법임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먹튀위크 한 줄이 만든 결정적 전환

끝까지 확신을 얻기 위해, 저는 먹튀위크 에 판매자 닉네임과 전화번호 뒷자리를 검색했습니다. 결과 페이지 상단에 “풀프레임 급처 사기 주의”라는 게시물이 떠올랐습니다. 피해자는 일주일 전 동일한 닉네임에게 같은 모델을 70만 원에 구매했다가, 가짜 안전결제 링크로 카드 정보를 탈취당했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캡처된 채팅 화면 속 URL과 제가 받은 주소 정보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이 한 줄의 정보가 마지막 실을 끊듯 제 마음을 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즉시 결제를 중단하고 판매자를 차단했습니다. 또한 플랫폼 고객센터에 캡처 자료와 먹튀위크 게시물 링크를 함께 제출했습니다. 불과 두 시간 후, 해당 계정은 탈퇴 처리되었고 같은 전화번호가 연계된 여러 계정이 동시에 블록 처리됐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사후 대응과 예산 방어

일단 위기를 넘긴 후, 저는 혹시 모를 정보 유출을 우려해 브라우저 캐시를 비우고 카드사 고객센터에 해외 결제 한도를 일시적으로 낮췄습니다. 연구실 동료에게도 “외부 안전결제 링크” 관련 사례를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더니, 이미 비슷한 링크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한 친구는 “나도 급해서 넘어갈 뻔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저는 다른 판매자에게 같은 모델의 카메라를 시세에 가깝게 구매했습니다. 직거래 당일 센서 먼지 테스트를 함께 진행했고, 영수증과 보증서를 직접 확인했습니다. 비록 65만 원은 아니었지만, 데이터와 카드 정보를 지키는 값으로 30만 원쯤 더 쓰는 편이 훨씬 싸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남긴 흔적, 그리고 연구실 화이트보드에 붙인 네 문장

  • 시세보다 50% 이상 저렴하면 반드시 이미지 출처부터 확인합니다.
  • 외부 결제 링크가 등장하면 이유를 막론하고 창을 닫습니다.
  • 시간 압박+경쟁 유도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 먹튀위크 같은 검증 데이터베이스를 최종 확인 도구로 활용합니다.

이 네 문장을 화이트보드에 적어 두었습니다. 실험 로그는 언제든 다시 돌릴 수 있지만, 한 번 털린 카드 정보와 예산은 쉽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초저가’라는 단어가 시야에 들어오면, 손가락을 멈추고 출처를 먼저 살피려 합니다. 그렇게 지켜낸 예산 위에서, 연구 결과는 좀 더 빛날 수 있을 테니까요.